“구슬 아이스크림이 이렇게 컸어?”…매출 200억 기업 키운 주부 [남돈남산]
2024-01-08 09:31:20

https://n.news.naver.com/article/009/0005240808

구슬아이스크림 ‘미니멜츠’ 계난경 대표
미국·일본·중국·프랑스 등 10여개국 수출
“급속 냉동식품 분야서 세계 최고 꿈꿔”

 

계난경 동학식품 대표. <사진 제공=동학식품>

 

창업자이자 대표이사였던 남편이 2009년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당시 자녀 3명을 키우던 40대 초반의 주부였다. 막막했다.

대금 결제 등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이 중단됐다. 창립 이래 최대 위기였다. 수습하기 위해 그해 7월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기업 경영에 관해 아는 것이 없었지만 최선을 다해 배웠다.

2009년 대표이사 취임 당시 연 매출액 100억원이 안 되던 회사를 230억원(2022년 기준)에 달하는 알짜 강소기업으로 키워낸 계난경 동학식품 대표 이야기다.

동학식품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구슬아이스크림 브랜드 ‘미니멜츠’ 생산 기업으로, ‘에버랜드’ 같은 놀이동산, 리조트, 백화점, 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구슬아이스크림이 동학식품 제품이다.

동학식품은 미국, 일본, 중국, 태국, 베트남,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캐나다, 호주 등 세계 약 10개국에 구슬아이스크림 등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아이스크림을 구슬 모양으로 만들 수 있는 특허, 구슬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있는 기계 설비 등 제조 장치에 관한 특허, 구슬아이스크림 조성물에 관한 특허 등 여러 기술 특허도 보유한 기술 기업이기도 하다.

1997년 계난경 대표의 남편이 설립해서 키우다가 2009년 남편의 갑작스런 작고로 그해 7월부터 계 대표가 회사 경영을 맡고 있다.



“전 직원이 한 마음으로 똘똘 뭉쳐 위기를 헤쳐 나가는 게 가장 시급했어요. 임직원에게 도와달라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간절히 부탁·호소하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전 직원 이력서를 다 읽어보고 직원 입장에서 생각해보려고 노력했어요.

외벌이 직원들도 꽤 있었는데 빠듯한 살림에 힘겨워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대표이사로 취임하고 얼마 안 돼서 모든 직원들의 임금을 20~30% 인상했어요.

일부 직원들은 이러다가 회사 문 닫을 것 같다는 말도 하더라고요.”

계 대표는 에버랜드 입점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기로 했다. 놀이동산에 놀러온 사람들에게 구슬아이스크림을 판매하면 인기가 많을 것 같았다.

하지만 에버랜드에 납품하려면 아이스크림을 해썹(HACCP) 인증을 획득한 공장에서 생산해야만 했다.

계 대표는 취임한 그해 과감하게 대출을 받아 기존 공장을 허물고 공장을 아예 새로 짓기로 결심했다.

“돌이켜보면 동학식품을 경영하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가 대표로 취임해서 공장을 새로 짓기 시작한 2009년이었던 것 같아요. 공장 설립 안 해보신 분들을 모르실 거예요.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습니다. 빚까지 내서 공장까지 새로 지었기 때문에 기업 경영을 정말 잘 해야만 했어요. 이듬해인 2010년 3월 에버랜드 입점에 성공했죠.”

 

동학식품이 생산하는 구슬아이스크림 ‘미니멜츠’.

<사진 제공=동학식품>

 

계 대표는 에버랜드 입점을 발판으로 삼아 하나씩 새로운 시도를 해나갔다.

기존 구슬아이스크림보다 크기를 좀 더 키워 2012년 ‘미니멜츠빅’ 구슬아이스크림 개발에 성공하며 제품 다각화에도 힘써왔다. 구슬아이스크림이 구슬 형태의 모양을 유지하려면 영하 40℃ 보다 온도가 높은 곳에 보관하면 안 되는데, 이 문제도 약 10년 전에 해결했다.

“특수 냉장고가 아닌 일반 냉장고에서도 구슬아이스크림을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개발(R&D)한 끝에 새로운 원료 즉 조성물을 개발했어요. 동학식품은 이 조성물에 관한 특허도 갖고 있고, 이 조성물을 다른 국가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계 대표는 회사를 공격적으로 키우기 위해 2015년 충북 음성에 새로운 공장도 지었다. 동학식품의 공장은 현재 경기도 안성, 충북 음성에 각각 1개씩 있다. 동학식품은 이슬람교인을 공략하기 위해 몇 년 전 ‘할랄인증’도 획득했다.

동학식품은 지난해 반려동물을 위한 급속냉동식품 ‘멍미’를 선보이고 반려동물 식품 시장에 진출하며 사업 영역도 넓혔다. 타 브랜드와의 협업 제품도 꾸준히 출시하면서 브랜드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오리온과 협업한 오리온 ‘아이셔 빅구슬’ 아이스크림, 롯데제과와 협업한 ‘미니멜츠빅 수박’ 등이 대표적이다. 계 대표는 앞으로도 여러 브랜드와의 협업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동학식품은 급속 동결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물론 동결할 때 필요한 기계도 생산할 수 있어요.

이 기술을 아이스크림을 넘어 과일·채소 등 다른 식품에도 적용해보려고 합니다.

아이스크림을 넘어 급속 냉동식품 분야에서 동학식품이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이 기업 목표이자 지향점입니다.”

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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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팩토리5F’에서 ‘미니멜츠’ 구슬아이스크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신수현 기자(soo1@mk.co.kr)